촬영 전 유해·위험요인 발굴과 수시평가 집행 절차
영화, 드라마, 예능 등 콘텐츠 제작 현장은 매일 촬영 장소가 바뀌고, 시나리오(콘티)에 따라 고소 작업, 화기 연출, 액션 스턴트, 야간 빗속 촬영 등 위험천만한 상황이 끊임없이 변주되는 ‘변동성이 극대화된 작업 환경’입니다. 이러한 현장에서 사고를 막는 가장 공학적이고 체계적인 접근법이 바로 ‘위험성평가(Risk Assessment)’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에 명시된 법적 의무 사항일 뿐만 아니라,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와 총괄 안전관리자(CSO)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했는지 가늠하는 핵심 척도입니다. 촬영장의 잠재적 위험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CSO가 집행해야 할 ‘촬영 전 위험성평가 5단계 절차’와 ‘수시평가 가이드라인’을 실무적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위험을 숫자로 읽다’: 핵심 개념과 필요성
제작 현장의 유해·위험요인을 사전에 파악하고, 해당 위험요인에 의한 부상 또는 질병 발생의 가능성(빈도)과 중대성(강도)을 추정·결정하여 감소 대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일련의 과정입니다.
과거에는 “늘 하던 촬영이니 괜찮겠지”라는 관행과 경험칙에 의존하다가 대형 참사로 이어졌습니다. 위험성평가는 경험이 아닌 데이터와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을 통해 “이 씬(Scene)에서는 어떤 스태프가, 어떤 장비에 의해, 얼마나 크게 다칠 수 있는가?”를 과학적으로 예측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예방 시스템입니다.
[실무 가이드 1] 촬영 전 ‘사전 위험성평가’ 5단계 실무 절차
새로운 작품을 시작하거나 새로운 로케이션/스튜디오에 진입하기 전, CSO의 지휘하에 반드시 이행해야 할 5단계 핵심 절차입니다.
- 1단계: 사전준비 (Evaluation Preparation): 평가 대상(시나리오 콘티, 촬영 장소, 사용 장비)을 선정하고, 각 협력업체(조명, 미술, SFX, 무술 등) 팀장들로 구성된 위험성평가반을 편성합니다.
- 2단계: 유해·위험요인 파악 (Hazard Identification): 촬영 현장을 직접 답사(Location Scouting)하여 물리적 위험(트러스 낙하, 누전), 화학적 위험(특수효과 연기, 도색 유기용제), 인체공학적 위험(중량물 카메라 이동) 등을 세부 목록화합니다.
- 3단계: 위험성 결정 (Risk Decision): 근로자 노출 빈도와 사고 발생 시 상해 정도를 조합하여 위험성 수준(상·중·하 또는 점수화)을 결정합니다. 고소작업이나 화기 사용 등 허용 불가능한 ‘상(High)’ 단계의 위험은 즉시 시정 대상이 됩니다.
- 4단계: 위험성 감소대책 수립 및 실행 (Risk Reduction): 위험성이 높은 작업에 대해 즉각적인 대책을 적용합니다. (예: “고소 리깅 작업 시 전신안전대 및 추락방지대 착용 의무화”, “스턴트 액션 구역에 30cm 이상 전용 에어매트 2중 깔기”)
- 5단계: 기록 및 공유 (Record & TBM 연동): 평가 결과를 ‘위험성평가표’로 문서화하여 보존하고, 매일 아침 TBM(작업 전 안전점검 회의)을 통해 전 스태프에게 전달합니다.
[실무 가이드 2] 콘티 변경 및 악천후 시 ‘수시평가(Ad-hoc Assessment)’ 집행
최초 계획된 위험성평가만으로는 촬영장의 돌발 변수를 모두 통제할 수 없습니다. 현장 조건이 바뀔 때는 반드시 ‘수시평가’가 가동되어야 합니다.
- 수시평가 발동 조건:
- 시나리오가 긴급 수정되어 예정에 없던 고위험 씬(예: 건물 연쇄 폭파, 차량 뒤집힘 액션 등)이 추가된 경우.
- 새로운 특수 장비(대형 크레인, 드론, 특수 와이어 장비 등)가 최초 투입되는 경우.
- 갑작스러운 폭우, 강풍, 한파 등 기상 악화로 작업 환경이 급변한 경우.
- 수시평가 현장 집행 프로토콜: CSO는 연출팀 및 특수효과/무술 감독과 즉시 현장 간이 회의를 열어 변경된 씬의 위험성을 15분 이내에 재평가하고, 추가 안전요원 배치나 보호구 착용이 완료된 후에야 슬레이트(Slate)를 칠 수 있도록 통제해야 합니다.
[실무 가이드 3] 현장 스태프(근로자) 참여 및 결과의 상시 고지
위험성평가가 CSO와 연출진의 서류상 유희로 끝나지 않으려면, 현장에서 직접 움직이는 막내 스태프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합니다.
- 스태프 참여형 위험 발굴: 가장 위험에 직면하는 막내 조명 스태프, 세트 설치 스태프 등이 직접 위험요인을 제보할 수 있는 ‘안전 소통 채널’을 열어두어야 합니다. 이들이 지적한 위험 요소(예: “분장차 주변 전선 피복 벗겨짐”)가 위험성평가표에 즉시 반영되어야 합니다.
- 현장 위험 표지판 및 게시: 수립된 위험성평가 결과 중 핵심 위험요인은 촬영장 입구 및 식당/휴게 구역 게시판에 대형 시각 자료로 게시하여, 외주 스태프 누구나 한눈에 당일 주의 사항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카메라 프레임 안에 담기는 화려한 연출 뒤에는, 프레임 밖의 수많은 위험을 미리 읽어내고 통제하는 위험성평가의 정밀함이 숨어 있습니다. 씬 하나, 촬영지 한 곳마다 꼼꼼히 위험성평가표를 작성하고 수시로 현장을 점검하는 CSO의 집요한 실무력이야말로, 중대재해라는 거대한 재앙으로부터 제작사를 완벽히 보호하고 스태프들의 안전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이정표입니다.
본문 인용 국가법령 및 기준 참고 자료: 본 칼럼에 인용된 위험성평가 기준은 국가법령정보센터의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 위험성평가의 실시), 고용노동부 고시 [사업장 위험성평가에 관한 지침],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조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 의무), 그리고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KOSHA)의 위험성평가 실무 가이드를 방송 및 영화 제작 현장의 특성에 맞게 해석하고 적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 엔터테인먼트 기업 최고안전책임자(CSO)의 역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