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제작사 및 발주처의 안전보건 의무와 CSO 책임 범위
방송 프로그램, 영화, OTT 시리즈 등 대대적인 콘텐츠 제작 현장은 수많은 외주 제작사, 조명·음향·세트 협력업체, 스턴트 및 특수효과 팀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대표적인 ‘도급·용역·위탁’ 구조입니다. 과거에는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직접 근로자를 고용한 외주 하청업체 대표에게만 1차적 책임이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사업을 총괄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발주처 및 메인 제작사(원청)’의 경영책임자와 총괄 안전관리자(CSO)에게 적용되는 법적 책임의 무게가 전원 엄중해졌습니다.
외주 제작사 스태프나 프리랜서가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을 경우, “직접 고용한 근로자가 아니다”라거나 “외주 용역 계약을 맺었을 뿐이다”라는 변명은 법적으로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콘텐츠 제작 현장의 법적 리스크를 원천 차단하고 종사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CSO가 반드시 파악하고 집행해야 할 ‘제작사/발주처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와 ‘CSO의 법적 책임 범위’를 실무적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도급과 발주 사이’: 중대재해처벌법이 규정하는 실질적 지휘·관할권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에 따르면, 사업주나 법인·기관이 “제3자에게 도급, 용역, 위탁 등을 행한 경우”에도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제3자의 종사자에게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 단순 발주자와 실질적 지휘·감독의 차이: 건설이나 일반 산업에서 ‘단순 발주자’는 현장 안전 책임에서 일부 벗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방송·영화 제작사(원청)는 촬영 콘티, 일정, 예산, 촬영 장소(세트장 및 로케이션)를 직접 지정하고 실질적인 지휘·통제를 행사합니다.
- 도급 사업자로서의 법적 지위: 따라서 법령상 메인 제작사는 단순 발주자가 아닌 ‘실질적 지휘·관할권이 있는 도급인’으로 인정됩니다. 외주 스태프, 프리랜서, 스턴트 연기자 등 제작에 참여하는 모든 인원은 제작사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대상 종사자’에 포함됩니다.
[실무 가이드 1] 계약 단계부터 작동하는 ‘안전보건 적격업체 평가’ 도입
안전관리는 사고가 난 후의 대응이 아니라, 외주 계약을 체결하는 첫 단추에서 결정됩니다.
- 안전보건 능력 평가 항목 계약서 포함: 조명, 무대 세트, 특수효과 등 외주 용역 계약을 체결할 때, 단순히 단가와 기술력만 볼 것이 아니라 해당 업체의 ‘안전보건 관리 능력 평가’를 필수 관문으로 도입해야 합니다. 안전관리 조직 유무, 과거 재해 발생 이력, 보유 장비의 안전 검증 여부 등을 수치화하여 평가해야 합니다.
- 안전보건 관리비의 독립적 편성 및 지급: 하도급 계약 시 안전조치에 필요한 예산(개인보호구 지급, 안전요원 배치, 소방 장비 대여 등)을 적정하게 산정하여 ‘안전관리비’ 항목으로 명시하고 지급해야 합니다. 외주업체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안전 조치를 누락하지 않도록 원청 CSO가 예산 집행을 감독해야 합니다.
[실무 가이드 2] 원·하청 간 ‘안전보건협의체’ 운영 및 매일의 TBM 연동
제작사와 외주업체 간의 소통 단절은 안전 사각지대를 만드는 가장 큰 원인입니다.
- 정기 안전보건협의체 가동: 메인 제작사의 CSO(또는 현장 안전관리자)와 각 외주팀(음향, 조명, 미술, SFX 등) 대표자 및 팀장들이 참여하는 ‘안전보건협의체’를 주기적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촬영 스케줄상의 위험 요소(밤샘 촬영, 폭파 씬, 고소 작업 등)를 사전에 공유하고 역할 분담을 문서로 남겨야 합니다.
- 합동 현장 점검 및 작업 중지권 보장: CSO는 외주업체의 작업 현장을 수시로 합동 점검해야 합니다. 외주 스태프가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면, CSO는 물론 외주 스태프 본인도 작업을 즉시 중지시킬 수 있는 ‘작업중지권’을 계약상 보장하고 현장에 고지해야 합니다.
[실무 가이드 3] CSO의 법적 책임 범위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실무
중대재해 발생 시 CSO의 책임 유무를 가르는 핵심은 ‘이행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 시스템과 기록’입니다.
- 경영책임자에 대한 보고 및 개선 요구권 행사: CSO는 제작 현장의 유해·위험요인과 개선 필요한 예산을 주기적으로 점검하여, 대표이사(CEO) 등 경영책임자에게 서면으로 보고해야 합니다. 경영책임자가 예산이나 인력 지원을 거부한 기록이 없고, CSO가 실질적인 점검과 시정 명령을 충실히 수행했음을 입증할 수 있어야 법적 처벌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 위험성평가(Risk Assessment)의 주도적 집행: 매 촬영 회차 전, 제작 장소별(스튜디오, 야외 로케이션) 유해·위험요인을 도출하고 개선 조치를 취하는 ‘위험성평가’를 CSO의 지휘 하에 집행하고 그 결과서를 보존해야 합니다.
방송과 영화의 화려한 스펙터클은 현장을 구성하는 수많은 외주 스태프들의 안전이 담보될 때 비로소 정당성을 얻습니다. 외주 계약서에 안전 의무를 명확히 각인시키고, 원·하청의 경계를 넘어 현장을 매의 눈으로 모니터링하는 CSO의 행정적 집요함과 시스템 구축이야말로, 사법적 리스크로부터 제작사를 보호하고 현장의 모든 생명을 지켜내는 가장 강력한 법적·공학적 방패입니다.
본문 인용 국가법령 및 기준 참고 자료: 본 칼럼에 인용된 안전보건 확보 의무 기준은 국가법령정보센터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제5조 도급, 용역, 위탁 관계에서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산업안전보건법] (제5장 도급시 산업재해 예방), 그리고 고용노동부의 ‘도급사업 안전보건관리 길잡이’를 콘텐츠 제작 현장의 실무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적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 엔터테인먼트 기업 최고안전책임자(CSO)의 역할